역할, 책임, 협력
객체의 세계는 협력이라는 문맥이 객체의 행동 방식을 결정한다. 어떤 협력에 참여하냐에 따라 객체에 필요한 행동을 결정하고, 필요한 행동이 객체의 상태를 결정한다. 객체들 간의 협력이 제일 중요하다.
1. 협력
🔍 요청하고 응답하는 협력
그림에서 화살표는 특정 인물에게 보내는 요청이다. 먼저 누군가 왕에게 재판하라는 요청을 보냈다. 그러므로 왕은 재판을 수행할 의무가 있으며 재판에 필요한 지식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왕이 토끼에게 목격자를 불러오라고 요청한 이유는 토끼가 목격자에 대해서 알고 있으며 동시에 목격자를 부를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왕이 모자 장수에게 증언하라는 요청한 이유는 모자 장수가 재판에 도움이 될 만한 사건의 내용에 대해서 알고 있으면 증언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특정 등장인물들이 특정한 요청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는 그 요청에 대해 적절한 방식으로 응답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행동 방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요청과 응답은 협력에 참여하는 객체가 수행할 책임을 정의한다.
2. 책임
어떤 객체가 어떤 요청에 대해 대답해 줄 수 있거나, 적절한 행동을 할 의무가 있는 경우 해당 객체가 책임을 가진다고 말한다. 위의 그림에서 왕은 '재판을 수행하라'는 요청에 응답해야 하므로 '재판을 수행할' 책임을 가진다.
토끼는 '목격자를 불러오라'는 요청에 응답해야 하므로 '목겨자를 불러올'책임을 가진다.
모자 장수는 '증인석에 입장'하고 '증언할' 책임을 가지게 된다.
결국 어떤 대상에 대한 요청은 그 대상이 요청을 처리할 책임이 있다.
🔍 책임의 분류
책임은 객체에 의해 정의되는 응집도 있는 행위의 집합으로, 객체가 알아야 하는 정보와 객체가 수행할 수 있는 행위에 대해 개략적으로 서술한 문장이다. 즉, 객체의 책임은 '객체가 무엇을 알고 있는가(knowing)'와 '무엇을 할 수 있는가(doing)'로 구성된다.
하는 것(doing)
- 객체를 생성하거나 계산을 하는 등의 스스로 하는 것
- 다른 객체의 행동을 시작 시키는 것
- 다른 객체의 활동을 제어하고 조절하는 것
아는 것 (knowing)
- 개인적인 정보에 대해 아는 것
- 관련된 객체에 대해 아는 것
- 자신이 유도하거나 계싼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아는 것
책임의 2가지 분류의 정의에 대해서 알아봤으니 위 그림에서 어떻게 적용됐는지 알아보자.
- 왕은 재판 집행이라는 책임을 수행하기 위해 토끼에게 목격자를 불러오라고 요청한 후 목격자인 모자 장수에게 증언하라고 요청한다. 이 경우 왕은 재판에 참여하는 '다른 객체들의 활동을 제어하고 조율'하고 있다. 따라서 왕은 '하는 것'과 관련된 책임을 수행한다.
- 토끼는 목격자가 무자 장수라는 사실에 대해서 알고 있다. 이것은 '관련된 객체에 대해서 아는 것'에 해당된다. 그리고 토끼는 모자 장수가 증인석에 입장하도록 요청한다. 이것은 '다른 객체의 행동을 시작시키는 것'에 해당한다. 따라서 토끼는 '아는 것'과 '하는 것'의 두 가지 종류의 책임을 모두 수행하고 있다.
- 모자 장수는 스스로 증인석에 입장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이것은 '객체를 생성하거나 계산을 하는 등의 스스로 하는 것'의 범주에 해당한다. 그리고 모자 장수는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증언해야할 책임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자신이 유도하거나 계산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아는 것'에 해당한다. 따라서 모자 장수는 재판이라는 협력 안에서 '아는 것'과 '하는 것'의 두 가지 종류의 책임을 모두 수행하고 있다.
책임은 객체지향 설계의 품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책임은 객체의 외부에 제공해 줄 수 있는 정보(아는 것)와 외부에 제공해 줄 수 있는 서비스(하는 것)의 목록이다. 따라서 책임은 객체의 공용 인터페이스(public interface)를 구성한다.
🔍 책임과 메시지
한 객체가 다른 객체에게 전송한 요청은 그 요청을 수신한 객체의 책임이 수행되게 한다. 이처럼 객체가 다른 객체에게 주어진 책임을 수행하도록 요청을 보내는 것을 메시지 전송(message-send)이라고 한다. 따라서 두 객체 간의 협력은 메시지를 통해서 이뤄진다. 메시지를 전송하는 객체를 '송신자', 메시지를 받아 요청을 처리하는 객체를 '수신자'라고 한다. 메시지는 협력을 위해 한 객체가 다른 객체로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책임과 메시지의 수준은 서로 같지 않다. 책임은 객체가 협력에 참여하기 위해 수행해야 하는 행위를 상위 수준에서 개략적으로 서술한 것이다. 책임을 결정한 후 실제로 협력을 정제하면서 메시지로 변환할 때는 하나의 책임이 여러 메시지로 분할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설계를 시작하는 초반에는 어떤 객체가 어떤 책임을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서로 협력하는지에 대해 개요를 알아야 한다. 책임과 협력의 구조가 자리 잡기 전까지는 책임을 구현하는 방법은 뒤로 미루는 것이 좋다. 재판이라는 협력에 참여하기 위해 왕과 모자 장수가 상호 협력해야 하고 이를 위해 메시지를 송신하고 수신할 수 있다는 것을 정하는 것이 모자 장수가 증언을 어떻게 해야할지 정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하고 급선무다.
객체 지향의 설계는 협력에 참여하기 위해 어떤 객체가 어떤 책임을 수행해야 하고 어떤 객체로부터 메시지를 수신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어떤 클래스가 필요하고 어떤 메서드를 포함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책임과 메시지에 대해 대략적인 윤곽을 잡은 후에 정하는 것이 좋다.
3. 역할
🔍 역할은 책임의 집합이다.
협력 관점에서 어떤 객체가 어떤 책임의 집합을 수행한다는 것은 객체가 협력 안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암시한다. 역할을 재사용 가능하고 유연한 객체지향 설계의 중요한 구성 요소이다.
🔍 역할의 중요성
3가지의 유사한 재판 상황이 놓여져 있다. 이 사건들을 모두 개별적으로 보기보단 역할이라는 개념을 통해 추상화를 하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역할은 협력 내에서 다른 객체로 대체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협력에서 '판사'의 역할은 왕과 여왕이 대신할 수 있으며, '증인'의 역할은 모자 장수, 요리사, 엘리스가 할 수 있다. 이 처럼 역할을 이용한 협력의 추상화를 통해 '판사', '증인'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객체라면 협력에 참여할 수 있다.
역할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각 역할이 수신할 수 있는 메시지를 동일한 방식으로 처리해야 한다. '판사' 역할을 수행하려면 판사가 수신할 수 있는 '재판하라'라는 메시지를 동일하게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증인' 역할을 수행하려면 '증인석에 입장하라' 와 '증언하라' 라는 메시지를 이애할 수 잇어야 한다. 따라서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객체는 동일한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는 객체로 한정한다.
동일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은 해당 객체들이 협력 내에서 동일한 책임의 집합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동일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객체들이 동일한 메시지를 수신할 수 있기 때문에 동일한 책임을 수행할 수 있다. 메시지는 곧 책임을 의미한다.
역할의 개념을 사용하면 유사한 협력을 추상화해서 인지 과부하를 줄일 수 있다. 또, 다양한 객체들이 협력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협력이 유연해지며 다른 다양한 객체들이 동일한 협력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재사용성이 높아진다. 역할은 객체지향 설계의 단순성(simplicity), 유연성(flexibility), 재사용성(reusability)의 핵심 개념이다.
🔍 협력의 추상화
역할의 가장 큰 가치는 하나의 협력 안에서 여러 종류의 객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협력을 추상화하는 것이다. 협력의 추상화는 협력의 개수를 줄이는 동시에 구체적인 객체를 추상적인 역할로 인식하여 협력의 양상을 단순화한다. 즉, 역할을 통해 협력을 추상화해서 단순화 시킬 수 있다.
🔍 대체 가능성
역할은 협력 안에서 구체적인 객체로 대체될 수 있는 추상적인 협력자다. 따라서 역할은 다른 객체로 대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모든 객체가 모든 역할을 대체할 수 없다. 역할을 대체할 수 있으려면 해당 역할이 수행하는 모든 책임을 모두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4. 객체의 모양을 결정하는 협력
객체지향의 핵심은 클래스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가 아닌 객체가 협력 안에서 어떤 책임과 역할을 수행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 협력에 따른 객체의 책임
협력을 설계한다는 것은 설계에 참여하는 객체들이 주고 받을 요청과 응답의 흐름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결정된 요청과 응답의 흐름은 객체가 협력에 참여하기 위해 수행될 책임이 된다. 객체에게 책임을 할당하면 책임은 객체가 외부에 제공하게 될 행동이 된다. 행동을 결정한 후에 그 행동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데이터를 정해야 한다. 객체가 협력에 참여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와 행동이 어느 정도 결정된 후에 클래스의 구현 방봅을 정한다. 결과적으로 클래스와 데이터는 협력과 책임의 집합이 결정된 후에 정해야 한다.
객체지향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율적인 동시에 협력적인 객체를 만드는 것이다. 먼저 객체를 협력적으로 만둔 후에 협력이라는 문맥 안에서 객체를 자율적으로 만드는 것이 제일 쉬운 방법이다.
5. 객체지향 설계 기법
역할, 책임, 협력의 관점에서 애플리케이션을 설게하는 유용한 3가지 기법에 대해 알아보자.
🔍 책임-주도 설계 (Responsiblity-Driven Design)
책임-주도 설계는 협력에 필요한 책임들을 식별하고 적합한 객체에게 책임을 할당하는 방식이다. 즉, 객체의 책임을 중심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시스템의 기능은 더 작은 규모의 책임으로 분할되고 각 책임은 책임을 수행할 적절한 객체에게 할당된다. 객체가 책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처리할 수 없는 정보나 기능이 필요한 경우 적절한 객체를 찾아서 필요한 작업을 요청한다. 요청된 작업을 수행하는 일은 작업을 위임 받은 객체의 책임으로 변환된다. 객체가 다른 객체에게 작업을 요청하는 행위를 통해 결과적으로 객체들 간의 협력 관계가 만들어진다. 만약 책임을 여러 종류의 객체가 수행할 수 있다면 협력자는 객체가 아니라 추상적인 역할로 대체된다.
책임-주도 설계에서 시스템의 책임은 객체의 책임으로 변환한다. 그리고 객체가 책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나 서비스를 제공해줄 협력자를 찾아 해당 협력자에게 책임을 할당하는 순차적인 방식으로 객체들의 협력 공동체를 구축한다. 책임-주도 설계는 개별적인 객체의 상태가 아니라 객체의 책임과 상호작용에 집중한다.
책임-주도 설계 절차
- 시스템이 사용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기능인 시스템 책임을 파악한다.
- 시스템 책임을 더 작은 책임으로 분할한다.
- 분할된 책임을 수행할 수 있는 적절한 객체 또는 역할을 찾아 책임을 할당한다.
- 객체가 책임을 수행하는 중에 다른 객체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이를 책임질 적절한 객체 또는 역할을 찾는다.
- 해당 객체 또는 역할에게 책임을 할당함으로써 두 객체가 협력하게 된다.
🔍디자인 패턴 (Design Pattern)
디자인 패턴은 전문가들이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해결 방법을 정의해 놓은 설계 템플릿의 모음이다. 패턴은 전문가들이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미 식별해 놓은 역할, 책임, 협력의 모음이다. 책임-주도 설계는 객체의 역할, 책임, 협력을 고안하기 위한 방법과 절차를 제시하지만 디자인 패턴은 책임-주도 설계의 결과물을 의미한다. 패턴은 반복해서 일어나는 특정 상황에서 어떤 설계가 왜(why) 더 효과적인지에 대해 이유를 설명한다. 즉, 디자인 패턴은 책임-주도 설계의 결과물인 동시에 지름길이다.
🔍 테스트 주도 개발 (Test-Driven Development)
테스트-주도 개발은 테스트를 먼저 작성하고 테스를 통과하는 구체적인 코드를 추가하면서 애플리케이션을 완성해가는 방식이다. 테스트-주도 개발은 테스트가 아니라 설게를 위한 기법이다. 테스트-주도 개발의 핵심은 테스트 작성이 아니다. 테스트는 단지 테스트-주도 개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별도의 보너스다. 실제 목적은 구체적인 코드를 작성해나가면서 역할, 책임, 협력을 식별하고 식별된 역할, 책임, 협력이 적합한지를 피드백 받는 것이다.
테스트-주도 개발의 기본 흐름은 실패하는 테스트를 작성하고, 테스를 통과하는 가장 간단한 코드를 작성한 후(이 시간 동안에는 중복이 있어도 무방하다.), 리팩터링을 통해 중복을 제거하는 것이다. 테스트-주도 개발을 통해 클린 코드를 얻을 수 있다.
테스트-주도 개발이 응집도가 높고 결합도가 낮은 클래스로 구성된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게 하는 최상의 프랙티스다. 하지만 객체지향에 대한 경험이 적은 초보자들은 개발을 주도하기 위해 어떤 테스트를 어떤 식으로 작성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데 큰 어려움을 느낀다. 테스트-주도 개발은 객체가 이미 존재한다고 가정하고 객체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송할 것인지에 대해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이 때 객체를 바라볼 때 역할, 책임, 협력 관점에서 봐야 한다.
테스트-주도 개발은 테스트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수행할 객체 또는 클라이언트가 기대하는 객체의 역할이 메시지를 수신할 때 어떤 결과를 반환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객체와 협력할 것인지에 대해 기대하는 코드의 형태로 작성해야 한다.
테스트-주도 개발은 책임-주도 설계의 기본 개념을 따른다. 사전 설계 없이 책임-주도 설계의 단계적인 절차와 기법들을 짧은 시간에 수행한다. 때로는 요구사항으로부터 특정 패턴이 필요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패턴을 목표로 빠르게 테스트를 작성하기도 한다. 결국 협력 안에서 객체의 역할과 책임이 무엇인지 알아야 효과적인 테스트를 작성할 수 있다. 테스트-주도 개발은 책임-주도 설계를 통해 도달해야 하는 목적지를 테스트라는 안전장치를 통해 더 빠르고 견고한 방법으로 도달할 수 있게 해주는 설계 기법이다.
결국 테스트-주도 개발은 다양한 설계 경험과 패턴에 대한 지식이 없이는 제대로 하기 어렵다. 테스트-주도 개발은 객체지향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을 요구한다. 테스트를 작성하기 위해 객체의 메서드를 호출하고 반환값을 검증하는 것은 순간적으로 객체가 수행해야 하는 책임에 관해 생각한 것이다. 테스트에 필요한 간접 입력 값을 제공하기 위해 스텁(stub)을 추가하거나 간접 출력 값을 검증하기 위해 목 객체(mock object)를 사용하는 것은 객체와 협력해야 하는 협력자에 관해 고민한 결과를 코드로 표현한 것이다. 역할, 책임, 협력에 집중하고 객체지향의 원칙을 적용하려는 깊이 있는 고민과 노력을 통해서만 테스트-주도 개발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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